넥스트레이드(NXT)는 2025년에 새로 생긴 국내 주식 거래소예요. 원래 한국 주식은 한국거래소(KRX) 한 곳에서만 거래됐는데, 넥스트레이드가 생기면서 같은 종목을 두 거래소 중 아무 데서나 거래할 수 있게 됐어요.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KRX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보다 이른 오전 8시부터 열리는 '프리마켓'과, 정규장이 끝난 뒤에도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는 게 특징이에요.
문제는 이 프리마켓이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에요. 거래가 활발한 정규장에는 사고 싶은 사람, 팔고 싶은 사람의 주문이 두툼하게 쌓여 있어서 한두 건의 주문으로는 가격이 크게 안 흔들려요. 하지만 막 문을 연 프리마켓처럼 주문이 얇게 쌓인 시장에서는, 단 한 건의 작은 주문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튈 수 있어요.
7월 28일 오전 8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이 열리자마자 SK하이닉스 1주가 127만 2,000원에 체결됐어요. 전날 종가(181만 6,000원)보다 29.99% 낮은, 하한가 수준의 가격이었어요. 실제로 SK하이닉스에 무슨 나쁜 소식이 있었던 게 아니라, 막 열린 시장에 주문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쩌다 이런 가격에 손바뀜이 일어난 거예요. 이후 가격은 금방 170만 원대로 되돌아왔고, 국내 주식시장 안에서는 이 사건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문제는 이 순간적인 이상 가격이 다른 곳에서 '진짜 가격'으로 쓰이고 있었다는 거예요. 하이퍼리퀴드라는 온체인(블록체인 기반) 무기한선물 거래소가 있는데, 이곳은 'HIP-3'라는 구조를 통해 외부 업체가 자기만의 선물 상품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줘요. 트레이드엑스와이지라는 업체가 이 구조를 이용해 SK하이닉스 주가를 따라가는 무기한선물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어요.
여기서 '무기한선물'이 뭔지부터 짚고 갈게요. 보통 선물 상품은 만기(정해진 날짜)가 있어서 그날이 되면 거래가 끝나는데, 무기한선물은 만기 없이 어떤 자산의 가격을 계속 따라가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에요. 게다가 '레버리지'를 쓸 수 있어서, 내 돈보다 훨씬 큰 금액을 베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만큼 가격이 조금만 불리하게 움직여도 손실이 크게 불어나고,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거래소가 그 포지션을 자동으로 강제 정리해버려요. 이걸 '청산'이라고 해요.
이 무기한선물 상품은 SK하이닉스의 '진짜 가격'을 알아야 하니까, 실제 거래소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가져와요. 이렇게 외부 가격을 가져오는 장치를 '오라클'이라고 불러요. 하필 이 오라클이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의 이상 가격(-29.99%)을 그대로 집어와 버린 거예요. 그 결과 이 무기한선물 상품 가격이 순식간에 17.9%(1,127.90달러 → 917.25달러) 급락했어요.
가격이 오를 걸로 보고 매수(롱) 포지션을 들고 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SK하이닉스가 갑자기 20% 가까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 거예요. 이 갑작스러운 급락으로 2분 만에 약 5,740만 달러(약 826억 원) 규모의 매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900개 넘는 계좌에서 실제로 확정된 손실만 약 1,740만 달러(약 251억 원)에 달했어요. 정작 진짜 주식 가격은 몇 분 뒤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그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청산은 되돌릴 수 없었던 거예요.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은, SK하이닉스라는 회사나 그 주식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거예요. 문제는 "얇은 시장에서 나온 순간적인 이상 가격"을, 전혀 다른 나라의 전혀 다른 시장(탈중앙화 코인 파생상품)이 아무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썼다는 구조적 허점이었어요. 실제 회사 가치나 실적과는 무관한, 순전히 '가격을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의 결함이 900명 넘는 사람에게 실제 손실을 안긴 셈이에요.
트레이드엑스와이지는 7월 29일 이 사건을 인정하고, 이상 가격 때문에 발생한 청산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넥스트레이드 쪽에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는데, 9월 14일부터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하기로 했어요. 이건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10% 이상 움직이려고 하면 일단 2분간 거래를 멈추고, 그 사이 KRX처럼 여러 주문을 모아 한 번에 가격을 정하는 방식(단일가매매)으로 바꿔 균형 가격을 찾는 장치예요. 지금까지는 이런 안전장치 없이 계속 거래가 체결되다 보니, 이번처럼 얇은 시장에서 순간적인 이상 가격이 그대로 찍혀버릴 수 있었던 거예요.
1. 넥스트레이드의 변동성완화장치가 실제로 이런 이상거래를 막아주는지
2. 해외 코인 파생상품들이 한국 주식 같은 '실물 자산' 가격을 가져다 쓸 때, 오라클 설계를 더 안전하게 바꾸는지
3. 국내 금융당국이 이런 해외 파생상품의 국내 시세 활용에 대해 별도 규제나 협조 요청에 나설지
4.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 이용자와 거래량이 늘면서 이런 '얇은 시장' 문제 자체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이번 사건은 "내가 산 주식 자체는 멀쩡한데, 완전히 다른 시장에서 그 가격을 잘못 가져다 써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는 특이한 케이스예요. 요즘 해외에서는 이렇게 실제 주식·자산의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코인 파생상품(흔히 RWA, 실물자산 연계 상품이라고 불러요)이 늘고 있는데, 그 가격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는지(오라클)가 부실하면 이번처럼 엉뚱한 곳에서 큰 손실이 날 수 있어요. 내가 직접 이런 해외 코인 파생상품을 쓰지 않더라도, "새로 생긴 시장·상품일수록 거래량이 적어 가격이 왜곡되기 쉽다"는 점, 그리고 그 왜곡이 예상 못 한 곳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로서 기억해둘 만해요.